
열혈 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김남길)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김성균)가 가톨릭 노신부의 미스터리 살인사건을 공조 수사하면서 펼쳐가는 이야기를 그린 2019년에 방영된 SBS드라마다. 주말극인 만큼 등장인물도 많고 소소한 이야기거리도 풍성하다. 그리고 작가가 누구인지 찾아볼 정도로 명대사가 많다. 김 과장, 빈센조를 쓰신 박재범 작가님이다.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왜 여러분들은 성당에 와서만 잘못했다고 용서를 빌어요?
자신들이 잘못한 사람들한테 가서 용서부터 받고 오세요.
딸랑 말로만 때우지 말고 마음 속 깊은 곳에 진심 담아서
누룽지 긁듯이 빡빡 긁어서 가서 사과하고 오세요.
주일 예배 때 김해일 신부가 신도들에게 전하는 이야기다.
한때 종교인들에 대한 안 좋은 인식이 있었다. 하느님께만 용서받으면 누구에게도 용서받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죄인들을 주변에서도 , TV를 통해서도 많이 봤다. 교회에서 용서를 빌고 속죄하면 다시 태어난 듯 한 기분이라며 새로운 죄를 짓는 인간도 봤다. 진정한 용서는 하느님이나 부처님이 아닌 잘못한 사람한테부터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 진정한 반성은 잘 못한 사람에게 가서 하는 사과부터다.
신부님 난요, 아직 권력이 없어서
그렇게 부패할 수가 없어요.
이 똑똑한 양반이 뭘 모르시네.
권력이 부패하는 게 아니라 부패한 사람이 권력에 다가가는 거야.
극중에 비리검사로 발돋움하던 박경선 검사(이하늬)에게 김해일 신부님이 날리는 일침이다. 권력이 있어서 부패하는게 아니라 부패한 사람이 부패한 권력으로 다가간 사실. 끼리끼리 논다는 말이나 근묵자흑(近墨者黑) 같은 말이 그냥 나온 말이 아닌 듯.
이거 안 들으실 수도 있는데, 그냥 음성 남겨봐요.
신부님, 제가 검사장을 하면서 느낀 건데요.
참 세상의 악은 눈도 귀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이게 대상도 안 가리고 왜 또 나한테 오냐고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듣지를 못해요.
그래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요.
신부님이기 때문에 이렇게 나쁜 일이 생기는 게 아니에요.
그냥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거야. 그러니까 필요 이상으로 자책하지 마세요
자신을 형이라 부르겠다던 동료신부인 한성규(전성우) 신부가 피습당하자 김해일 신부는 성직자의 길을 버리고 그와 함께하던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복수를 하러 갈 때 박경선 검사가 음성메시지로 남긴 말이었다. 악이란 놈은 눈귀마저도 없어서 사람을 가리지 못하고 오히려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에게 더 쉽게 오는 것인가.
난 항상 주님께 시험받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오늘은 그런 기분이 안 들더라고.
날 시험에 들게 하시는 게 아니라..
내 의지로 이겨내기를 조바심을 내면서 지켜보고 계시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하느님은 용기 있는 자들을 절대 버리시지 않는다.
하느님이 바라는 용기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싸우는 것.
그리고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을 가장 마지막에 생각하는 것이다.
이러한 용기로 이루어낸 정의는 견고하고 공정할 것이며
정의가 힘을 지배하는 세상을 그 힘이 올바르게 쓰이는 세상을
만들게 될 것이다.
누군가 나를 조바심내며 내 의지로 이겨내기를 지켜 봐 주고 있는 것 만으로도 종교는 역할을 다 하는 것 같다.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사랑을 베풀게도 하는 힘을 발휘한다. 종교에대한 내 시선을 바꿔 준 드라마이다.
드라마는 김해일 신부(김남길)가 경찰과 함께 아버지같은 분이 당한 살인사건을 재조사하는 내용이라 이야기가 어떻게 익스트림코믹수사극이 될 수 있을지 의문스러지만, 이명우 PD님의 연출은 적재적소에 웃음과 감동을 주시는 빵빵 터트려 주시는 마이더스 같았다. 이런 소소한 웃음에는 황금라인의 조연들이 큰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우리 김남길 배우님. 그는 여기서 가장 잘하는 것을 한 것 같다. 코믹과 진지함을 넘나드는 김남길 표 연기. 심지어 여기서는 시원시원 한 액션도 넘쳐난다. 실제로 어릴 때 태권도를 배웠다지만 극 중에서 하느님께 받은 달란트가 "싸움"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발차기와 액션을 보여준다. 그리고 웃길 때는 10대 아이들처럼의 깨방정과 말꼬리 잡기 싸움을 벌이는 사제이지만 세상 인간적인 모습을 맛깔나게 표현해 주었다. 김남길 배우에게 가장 잘 맞는 캐릭터라고 본다. 그래서 김남길 배우의 열혈사제 시즌2를 기도하면서 기다리고 있다^^
얼마 전 지하철 4호선 빌런을 혼내 준 로우킥 남이 인터넷을 달구었다. 공공장소에서 한두 번쯤은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다들 자리를 급히 뜨거나 못 본척하게 되는 게 다반사다. 그 영상이 왜 핫하고 사람들이 열광했을까? 나는 사람들 내면에 대리만족감과 통쾌함이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 열혈사제를 보는 동안 하느님이 내게도 싸움의 달란트를 주셨음 내가 만났던 지하철 빌런들을 조용히 정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는데.. 실존 로우킥 남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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